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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어떤 글을 쓸까 하다가, 조금은 특이할 수도 있는 필자의 커리어를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나에 대한 소개를 할 때, 어쩌다 AI 관련 직무에서 서버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훌륭한 AI 엔지니어를 목표로 꾸준히 공부해오다가, 지금은 온전한 서버 개발자로서 일하고 있다. 이 글이 취업 혹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혹은 커리어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23년 1월, 자연어처리를 포기하며
지난 2022년 5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시덥잖은 계기로 TUNiB이라는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2022 인공지능 경진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3개월짜리 인턴이었으며, 아직 4학년 1학기를 보내던 시기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3명의 인턴 동기 및 리더분과 함께 기계독해 부문 1등 및 장관상을 수상하는 좋은 결과로 대회를 끝마치게 되었다. 그 후 담당하게 된 N행시 모델을 주제로 2022 Samsung Software Developer Conference 연사로 선정되는 큰 영광도 누렸으며, KT가 주최한 자연어처리 경진 대회에 개인적으로 참가하여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TUNiB은 큰 고민 없이 들어간 회사였지만, 결과가 너무나 좋았다. 본받을 수 있는 뛰어난 엔지니어 분들도 두루 계셨으며, 운이 좋아 다양한 경험과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다. 프런트엔드 또는 백엔드 업무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어처리와 멀어지고 있었으며, 자연어처리를 좀 더 깊게 공부하려면 대학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어처리는 오랫동안 공부해 온 분야이고, 전망도 좋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다는 마음이 어렴풋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작년 1월, 백엔드 엔지니어로의 직무 전환을 결정했다. 필자는 이 고민을 '커리어'와 떼어놓고 보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로써의 고민으로 여겨봤을 때,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봤다. 직접 경험해 본 분야인 프런트엔드, 백엔드, ML 중에 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백엔드였다. 근거가 깊진 않고, 그냥 서버에 살을 붙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자연어처리가 싫다거나 재미가 없는건 아니다. 언젠가는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마음 또한 아직 가지고 있다. 다만 당장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 느낌이다.
2023년 3월, 이직 준비
이직을 결심한건 3월 즈음이었다. 회사엔 서버 개발자가 몇 명 남아있지 않았으며, 발전을 위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이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공부 계획 세우기다. 필자는 회사에서 python 기반의 FastAPI라는 웹 서버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왔다. 다만 python 백엔드가 취업 시장에 전혀 매리트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으로의 스택 전환을 결심하였으며, 인프런의 김영한 강사님 강의를 전부 구입했다. 또한, 백엔드란 선택지가 전혀 없었기에 소홀히 해왔던 CS 공부를 전면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사실, CS와 더 깊게 밀접해있는 직무는 백엔드보단 ML 엔지니어가 아닐까 싶긴 하다.
- OS 및 컴퓨터구조
- 혼자 공부하는 컴퓨터 구조 + 운영체제 (저: 강민철)
- 더 깊이 알고 싶은 내용은 전공 서적 참조
- 네트워크
- IT 엔지니어를 위한 네트워크 입문 (저: 고재성, 이상훈)
- HTTP 완벽 가이드 (저: 데이빗 고울 리 등)
- 데이터베이스
- Real MySQL (저: 백은빈, 이성욱)
- Java
- Java의 정석 (저: 남궁성)
- 이펙티브 자바 (저: 조슈아 블로크)
4가지 분야에 대한 책을 선정하고, 이직에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공부를 반복했다. 대략 각 책을 3번 정도 읽은 것 같다.
위 책 중, 혼자 공부하는 컴퓨터 구조 + 운영체제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전공자 입장에선 내용이 많이 얕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상, 기술면접에서 합격점을 받을 정도의 지식은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읽다 보면 분명히 내용이 부족하다 느껴지는 파트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궁금할 때마다 전공 서적을 열어보거나,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던 것 같다. 면접을 목적으로 CS 기초 흐름을 잡기에는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직 준비를 위해 세운 원칙이 세 가지 있다. 하루에 세 시간은 꼭 공부하기, 1일 1 커밋, 그리고 7월 안에 이직이다. 이직을 너무 길게 준비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것을 고려하여 기간을 꽤나 타이트하게 잡았으며, 이 기간이 넘어가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정해진 자리로 옮겨가기로 결심했다.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동안 확실히 부스팅 하기 위하여 최소 세 시간 공부, 1일 1 커밋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주말에는 그보다 두 배인 6시간 정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어느 정도 실천할 수 있었다.
이직 전 퇴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TUNiB에서 내가 할 수 있는(나를 발전 시키는) 일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했으며, 23년 들어 얼어붙은 채용 시장으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참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이직을 결심한 이후에도 회사엔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었으며, 그 속에서 배워가고 얻어간 점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패턴을 강제로 잡아주는 무언가가 없으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에게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기에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2023년 8월, 새로운 둥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직 준비가 끝이 났다. 8월 21일 부로 ESTsoft라는 회사에 백엔드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되었다. 본래 목표로 삼았던 7월보단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언저리에 성공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형은 코딩 테스트(6월 10일 언저리), 실무진 인터뷰(7월 20일), 최종 인터뷰(8월 2일) 순서로 진행되었다. 참 감사하게도, 최종 인터뷰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로 전화를 통해 입사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결론
작성하고 보니 별거 없는 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최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든 생각이 있다. 생각보다 이직 준비에 대한 방향성 자체를 잘 잡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직무에 대한 고민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이 잘 맞는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도메인과 더 세세한 범주의 직무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이직 준비 자체는 조언이라고 할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에서 설명한 고민을 토대로 어떤 공부를 해 나가야 할지 확실하게 정했으면 한다. 어떤 공부를 할 지 헤매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더더욱 준비를 빠르고 철저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한, 원칙을 잘 정했으면 한다. 하루에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공부의 양을 지표로써 잘 파악해 두고, 원칙을 적절히 세워 잘 지켜나가며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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